최고관리자 | February 17, 2014 | view 1,661
2007 l 신보슬 l 오메르타 展 l 전시리뷰 
Nexart
장지아 4th 개인전 리뷰
큐레이터 신보슬
 
‘오줌'이라는 컨셉에 맞춰 오프닝 음료로 와인대신 맥주와 사과주스를 택했다. 전시장 오프닝에 가면 늘 보이던 김밥이 사라진 자리엔 오징어와 노가리가 다소곳이 앉아 찝찌리한 냄새를 풍겼다. 6시가 되기도 전부터 손님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장지아가들이댄' 도발적인 이야기를쎄다'고 표현하면서도 역겨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첫 만남. 장지아의 네 번째 프로젝트 <오메르타>와 관객과의 첫 만남은 썩 괜찮았다.
그 날 새벽 <오메르타> 기사가 한 일간지 웹사이트에 떴다. 작가 인터뷰를 중심으로 한 나름 평이한 기사였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그 기사 아래에는 소위 말하는 악플들이 줄을 이었다. 그리고 며칠 후 장지아의 <오메르타>는 아이러니하게도 침묵의 계율을 깨고 디시인사이드를 비롯 인터넷 세상을 종횡무진 떠돌아 다녔다. 처음 몇 일간은 작가도 우리도 당황했다. 악플에 마음이 상하기도 했고, 관심에 고맙기도 했다. 그저 분비물을 사용하는 작업들을 일반 관객은 싫어할지도 모르고, 서서 오줌 누는 여자들의 모습을 불편해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정도였지, 이렇게 거센 반응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기 때문이었다. <오메르타>에 대한 그들은여자가 서서 오줌 누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하냐', ‘생리적인 차이일 뿐 아니냐', ‘페미니즘 어쩌구저쩌구가 우습다'는 식의 댓글을 달았고, 몇몇 발 빠른 누리꾼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댓글과 사진들을 보고 전시장에 다녀왔다는 고무적인(?) 이야기도 했다. 시쳇말로악플이 무플보다 낫다'고도 하던데, <오메르타>의 이 파장을 우리는 즐겨야 할까.
그러나 대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왜냐하면, 누리꾼들은 그저서서 오줌누는 여자'라는 다소 자극적인 발상에 대해서 페미니즘을 운운하며 비판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메르타>는 남녀가 똑같아야 한다는 식의 오도된 페미니즘의 입장이 아니다. 작가는 주로 마피아 조직에서 많이 사용했다는 침묵의 계율이라는 의미의오메르타'라는 용어를 사용해서 사회적으로 묵인되고 있는 일종의 억압기제, 편견에 사로잡힌 인식체계 등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것을 드러내기 위해서오줌'이라는 재료를 택했다.
그녀는 마치 연금술사라도 되듯오줌'을 가지고 많은 것들을 했다. 소금결정 작업과 조합해서 소금기둥도 만들었고, 소금결정이 맺힌 작업들에 오줌을 인화제로 써서 사진도 만들었다.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서서 오줌 누는 여자들을 찍는 비디오영상과 흑백 사진작업은 물론이고, 작가 자신의 오줌을 모아서 유리 플라스크에 담고, 마치 SF영화에 나오는 생명튜브 같이 고무관들을 연결하여, 초록빛 싹을 틔우는 설정을 한 를 제작하였다. 그리고 이 각각의 작업들로 작은 이야기를 구성하였다.
처음 전시장을 찾은 관객은 1층에 작업들을 통해서는 오줌을 직접적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시각적 결과물들을 즐긴다. 심지어 안의 지릿한 오줌 냄새도 별반 역겨워하지 않으면서 작품들을 둘러본다. 그러나 그것이오줌'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관객의 앞에 서서 오줌 누는 여자가 정면으로 나타나는 순간부터 관객의 불편한 마음은 시작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장지아는 묻는다. 과연 그 불편함의 원인이 무엇이냐고. 지하로 내려오는 계단에서 화려한 그림자를 드리운 를 보고예쁘다'라고 했던 그 마음이 왜 나무 앞에 서서 투명플라스크 안에 들어있는 것이 작가의 오줌이라고 했을 때 마음이 불편한 것이냐고. 서서 오줌 누는 여자에 대한 작업인 역시 누리꾼들이 마음대로 댓글을 달았듯이 여자도 서서 오줌을 누자는 식의 캠페인이나 여자가 서서 오줌 누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묻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인정하고 있는 많은 편견과 억압기제들을 관객이 불편해하는 이미지를 통해서 이야기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장지아의 네 번째 프로젝트 <오메르타: 침묵의 계율>오메르타'라는 다소 생소하고 모호한 용어와오줌'이라는 재료, 그리고 서서 오줌 누는 여자라는 도발적 상상이 상호 교차하면서 많은 레이어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그것은 단순히그림이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절대 이해하기 어려운 작업이다. 어떤 관객은 내게아름답다라고 생각되지 않는 작품은 예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시 나는 묻는다. 21세기 최첨단 테크놀로지와 아름다운 것들이 이렇게 많은 세상에 왜 아직도 우리가 예술을 필요로 하는 것이냐고. 그 관객의 입장에서 장지아의 <오메르타>를 예술로 인정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현대 예술은 자본과 풍족함, 상업적인 아름다움에 빠져있는 우리들을 계속해서 불편하게하고, 생각하게 하고, 우리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장지아의<오메르타>는 절반의 성공은 거두었다고 생각된다. 이제 남은 일은 그녀가 하려던 이야기를 좀 더 진지하게 들을 수 있도록 이야기를 좀 더 다듬는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