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관리자 | February 17, 2014 | view 3,738
2001 l 이선영 l What's the Matter? l 미술과 담론 
What's the matter? 장지아 전 (12/26, 아트선재 아트홀)

시설이 잘 갖추어진 극장에서 단 한번 보여준 장지아의 첫 번째 상영전은 댄스파티까지 곁들인 특이한 '전시'의 1부에 해당된다. 극장에서 상연된 6개의 독립된 싱글채널 비
디오는 총 30-40분 분량으로, 예술을 통해 진부한 일상을 탈출하고자 하는 젊은 감성이 폭발적으로 드러나 있다. 사디즘, 그룹섹스, 수간, 동성애 등 다양한 성애를 교본처럼 보
여주는 애니메이션--I'm sisteen--에서 표현된 성은 도발적으로 보이는 이미지들과는 달리, 음침하거나 퇴폐적, 또는 억압적이지 않고, 밝고 즐거운 파티같은 것으로 나타난
다. 이 애니메이션 속의 인물들은 성적 놀이를 통해 쾌락을 넘어 한계까지 밀고 나가려하며, 할 수 있는데 까지 향락의 길을 따라가려는 점에서 도착적이다. 그러나 다양한 성
적 도착은 왕성한 상상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프로이트는 성적 호기심이 만일 그 관심이 생식기에서 몸 전체로 돌려질 수 있다면 예술의 방향으로 전환(승화)될 수 있다고 하였
다. 승화란 생식기 이외의 것으로 성욕이 확산되는 것, 성욕이 배출구를 찾아 다른 분야에 이용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이 성적인 차원에서 보면 바로 도착이다. 
장지아의 작품에 나타나는 성은 '인간생활 전체와 감각 전부를 동원하는 성'(마샬 맥루한)에 해당한다. 그것은 배타성에 기초하는 가부장적 사회의 성, 즉 대상을 소유하고 정
복하는 것이 목적을 가지는 성과는 차이가 있다. 작가는 이 작품 이외에도 평범하게 흘러가는 듯한 일상을 단번에 깨는 균열로 성적 상상력을 사용한다. 가령 대화를 나누던 마주
한 남자를 죽이는 요부로서의 여성이나, 동성간의 애정을 구체적 내용으로 다루는 장면에서 뿐 아니라, 삼겹살이 구워지면서 오그라드는 장면, 오징어에 꽁치가 끼워지는 비릿한 
장면 등에 짓굳게 포커스를 맞춘다. 평범한 일상은 성적인 환타지를 통해 변형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의 대부분의 작품에서 성적 환타지는 구체적인 실체나 행위라기 보다는, 
관계성의 문제, 즉 느끼는 방식의 문제이다. 섹슈얼리티의 다형성은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그것은 섹슈얼리티를 보다 넓게 규정하는 것을 말한다. 프로이
트는 이렇게 확장된 성을 '관능과 혼합하는 다양하고 풍부한, 다차원적인 에너지의 흐름'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그것은 꼭 장지아의 또 다른 환각적인 작품을 표현하는 말 
같다. 화면 중간중간에 난데없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연기나, '지각의 문'(헉슬리)이 열리면서 확장된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는 듯한 작품--As if--에서 시각은 청각을, 청각
은 시각을 강화하는 상호 상승 효과를 주면서, 폭발적이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서 강렬한 빛은 모든 경계를 해체하고 시공간을 확장시키며, 물질은 가지각색의 
에너지 패턴으로 나뉘어 진다. 그녀의 작품은 섹슈얼리티가 의식이나 지각의 확장과 연결되어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